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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이야기를 나눕시다.
  • 작성자 관리
  • 작성일 2004/10/01

이야기를 나눕시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소리가 나기만 한다면 손에 잡히는 물건 무엇이든 훌륭한 음악의 도구가 된다

ⓒGEO 본지기자/류한원(지오)

인간은 주변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집을 짓고, 옷을 만들고, 음식을 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하나의 문화를 이해하게 도와줄 흥미로운 단서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자연을 어떻게 이용해서 살아가며, 특정한 생활 방식을 만들어 가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음악을 만들어 내는 방법 역시, 주변에 흔히 널린 재료를 두드리고 흔들어 소리를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세계의 온갖 악기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소리가 나기만 한다면 손에 잡히는 물건 무엇이든 훌륭한 음악의 도구가 된다는 것을.
임진각 가는 길목의 통일동산에는 신기한 마을이 하나 있다. 마을을 이루고 있는 시설 모두가 문화 예술과 관련된 제목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 갤러리, 공방, 서점, 집필실, 문학관, 음악홀, 음악감상실, 영화촬영소, 연극관.
이 마을의 이름은 헤이리 아트밸리이다. 아직은 미완이지만 이제 마지막 단장을 하며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헤이리 아트밸리에서 첫번째로 문을 연 박물관인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신기한 생김새의 악기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60여 나라에서 온 400점 정도의 악기들은 나무통에 가죽을 씌워 만든 북처럼 서로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기도 하지만 어떤 악기를 보면, ‘이런 것도 악기야? 어떻게 소리를 내는 걸까?’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쉽사리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희한하게 생긴 물건이 악기라는 이름을 달고 앉아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문명이 싹트던 초기의 악기들은 돌, 가죽, 나무, 동물의 뼈, 무엇이든 충격이나 진동을 주면 소리가 나는 재료들로 만들어진 단순한 것이었다. 단단한 물체를 막대기로 때려 소리를 내고, 가죽이나 나무로 속이 빈 통을 만들어 두드리고, 얇은 활을 긁어서 울리도록 하는 식이다.다갈색의 속이 빈 토고 씨앗을 다발로 엮은 것은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에서 쓰이는 악기로, 토고시드래틀이라 불린다. 노래하거나 춤출 때 허리에 묶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낸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래틀 종류의 악기가 단지 음악을 즐기는 도구로서만이 아니라 주술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고 보면 흔들어서 빠르고 요란한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무당이 신을 불러내기 위해 쓰는 방울과도 비슷하다.
원시 샤머니즘이 싹틀 때부터, 음악은 단지 여흥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영적인 몰입이나 신과의 교감을 돕는 종교적 도구였다. 뱀이 똬리를 튼 모양새의 와지라푸코는 동물의 뼈를 이어 만든 페루의 악기로, 고대 잉카에서 땅의 여신으로 섬기는 파차마마의 목소리를 전한다 하여 신성하게 여겨진다.
콩고에서 온 리켐베는 좀 더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언뜻 보면 어떻게 연주하는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나무로 만든 통에 여러 개의 길이가 다른 금속판을 일렬로 붙여 놓았다.
금속판들은 조금씩 위로 구부러져 있는데 손으로 금속판을 진동시켜 나무통이 울리게 하는 악기다. 여러 개의 높이가 다른 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피아노의 원리와도 비슷한데, 양손 엄지손가락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영어식으로는 ‘엄지손가락 피아노(Thumb Piano)’라고 불리기도 한다. 아프리카와 남미 악기들이 있는 곳을 지나 더 안으로 들어가면 유럽 악기들이 전시돼 있다. 몸통은 바이올린처럼 생겼는데, 건반이 달린 신기한 생김새의 악기는 테케로라고 불리는데, 헝가리에서 17세기부터 연주된 악기다. 아래에는 오르골 태엽처럼 생긴 손잡이까지 달려 있는데, 왼손으로 그것을 돌리면서 오른손으로 건반을 눌러서 연주한다.

그밖에도 가까이에서는 일본, 중국의 악기들부터 중앙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등 전세계에서 온 악기들이 있다. 그야말로 인간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음악이 존재하고 악기들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소장 악기들은 이영진 관장이 해외에서 직접 모으거나 기증을 받아 마련한 것. 박물관이 문을 연 지는 다섯 달 남짓 되었다. 하지만 그가 악기 수집을 한 지는 15년이 되어 간다.
파주의 전통농요 <헤이리 소리>에서 이름을 따온 헤이리 아트밸리는 1997년부터 기획된 예술 마을이다. 처음에는 파주 출판단지 가까이에 이상적인 책마을을 만들려는 기획으로 출발했으나 이내 미술이나 건축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해서 현재는 372명의 회원들이 힘을 합쳐서 종합 문화예술마을로 꾸며가고 있다.
예술 마을이라고 하면 작가들이 거주하며 문화예술작품을 만들어 내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헤이리는 예술을 창작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중적인 소통도 목표로 한다.
그래서 모든 건물들은 회원들의 거주 공간과 작업실이며 동시에 공개 전시장이며 교육장의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헤이리에서는 자연 친화적인 마을을 만들기 위해 원래 있던 산과 구릉, 개천과 늪을 되도록 원형 그대로 보존하며 건물과 길이 들어서고 있다. 전체 부지가 15만 평이나 되는 헤이리에는 아직 안내 팻말이 없어서 길을 찾기가 어렵고, 문을 연 시설이 많지 않다.
찾아가 볼 수 있는 곳은 악기박물관 외에 북카페와 갤러리 크레타 정도. 하지만 원래 있던 늪지를 살려 만든 갈대 광장에 서서 앞으로 완성될 이 마을이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해보는 일은 즐겁다.
아직 사람 손때가 덜 묻은 땅에서 크는 이 예술 마을은 그 자연을 닮은 신선한 문화를 만들어 낼 가능성을 품고 있다.
개관/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30분
관람료/ 학생 4000원, 일반 5000원, 단체 3000원
위치/ 경기 파주시 통일동산 내 헤이리 아트밸리
관람문의/ 031-946-9838
홈페이지/ www.e-musictour.com
세계민속악기 전문사이트 소리삶/ www.e-musictour.co.kr
헤이리 아트밸리/ www.heyri.net
비밀번호: 119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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